90 제일 먼저 한아가 찾아왔다. 지수는 병실 앞에서 한아를 맞았다. 한아는 사과주스 한 상자와 지수가 먹을 샌드위치를 들고 왔다. “가게는? 오늘 휴일 아니잖아.” 지수는 한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한아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자체 휴일이야, 오늘은. 네가 힘든데, 내가 어떻게 안 올 수가 있겠어.” 한아는 지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수는 며칠 전...
지수는 승혁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건물에서 뛰어내린 게 왜 자기와 관련있어야 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입에 담지는 않았다. 지수는 그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승혁은 지수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근처를 지나가던 시민분이 발견하고 바로 119를 불렀거든. 그래서… 그래서 바로 응급실로 이송되어 ...
“우리 둘만 남았네요?” 침실 문 앞에서 지수가 말했다. 지수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우연을 올려다보았다. 우연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지수는 우연을 데리고 침대로 갔다. 푹신한 이불 위에 우연을 쓰러뜨리고, 지수는 우연의 위에 올라탔다. 우연은 눈을 깜빡거리면서 지수를 바라보았다. 손을 뻗어 지수의 뺨을 조심스레 매만지자, 지수는 자기 뺨 위에 닿은 우연의...
87 주말의 점심 식사는 맛있었고, 네 사람이 모인 지수의 집은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미미는 (로이만 아니면) 행복한 듯이 방방 뛰어다녔고, 우연도 지수도, 한아도 로이도 즐겁게 식사를 했다. 밥을 다 먹고서 우연은 주방 한편의 커피머신 앞에 서 있었다. 따끈한 에스프레소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우연은 안마의자에 앉은 지수를 건너다보았다. 지수는 발을 달랑...
지수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한아를 바라보았다. 귀여운 눈빛에 못 이겨, 한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커피잔 세트야.” “와! 정말 고마워.” 지수가 깜찍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아는 상자를 풀면서 덧붙였다. “지수 너, 집에 커피잔 부족하다고 저번에 그랬잖아. 예쁘고 비싼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거 하나 있으면 오래 쓰니까 내 눈에 ...
86 그리하여 대망의 집들이 날이 찾아왔다. 새벽같이 일어나 요리해야 한다는 지수의 말대로, 우연은 정말 새벽같이 일어났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방 안이 어두컴컴했다. 침실 문을 열어 두었는지 미미가 걸어오는 작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우연은 살짝 열린 문 쪽으로 눈을 돌렸다.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조그만 강아지 미미가 살금살금 침실로 들어왔다. 미...
85 주말 아침. 누군가가 자꾸만 몸을 문지르는 느낌이 들어, 우연은 스르르 눈을 떴다. 일어나 보니, 여느 때와 같은 지수의 방, 침대 위. 우연은 졸린 눈을 껌뻑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우연의 허벅지 위에 앉은 지수가 우연의 잠옷 셔츠를 벗기고 있는 게 아닌가! “지, 지수 씨?!” 우연은 깜짝 놀라 지수를 쳐다보았다. 지수는 우연의 잠옷 ...
작업실에서 지하철을 타고 지수의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아파트 건물로 가는 골목에서, 지수는 우연의 손을 잡고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에는 푹신푹신한 인조 잔디가 깔려 있었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작은 모래밭이 있었다. 늦은 밤이라 놀이터는 새까맣고 어두웠다. 가로등이 듬성듬성 세워져 있었고, 바람에 끽끽거리며 흔들리는 그네 소리가 들렸다. 우연은 지수를 ...
퇴근 후, 우연은 지수의 작업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꽃 받으셨을까. 기뻐하셨을까. 그런 생각만 해도 우연은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기분이 좋았다. 지하철을 타고 계단을 오르고, 낡은 주택가를 지나 우연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저녁때라 하늘이 은은한 쪽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강아지 짖는 소리도 들리고, 사람들이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도 들려왔...
83 우연은 지수가 좋다. 지수가 좋아서,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만 같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우연은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지수 씨가 좋아. 지수 씨가, 정말…… 정말 좋아. 당신이 좋아. 우연은 그렇게 말하던 지수를 떠올려 보았다. 맞닿은 피부, 허리를 꼭 껴안는 지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 주의• •본문 내용은 모두 픽션이며 실제 인물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힘없는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대로변에 가전제품을 파는 마트가 보였다. 마트 앞 진열대에 놓인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번 대선의 유력한 당선 후보인 남우철 여당 후보가 10개월 동안 ...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 주의• 80 “우연아. 주소란이 비어 있던데, 채워 줄래? 오늘까지 제출이니까, 다 적으면 하교하기 전에 선생님에게 바로 제출해줘. 혹시 교무실에 선생님 없으면… 선생님 자리 알지? 선생님 책상 서랍에 넣어두면 되고.” 인상 좋은 남자 선생이 우연에게 말했다. 편한 반소매 티셔츠에 체육복 바지를 입은 선생. 우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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