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둘, 남친인 척! 한아와 로이(3)] 정한아 말이야, 연예인이랑 사귀는 척하는 여자더라니까? 유명한 배우 있지, 국민 남배우 박로이라고. 그놈이랑 사귄다고 떵떵거리며 말하더니, 순 거짓말이었다니까? 분명 전 남친은 동창들에게 가서 그렇게 욕하고 낄낄대겠지. 내 이야기는 그저 안줏거리 정도겠지. 시답잖은 이야기. 별거 아닌 소재가 되는 거겠지. 사실,...
[외전 둘, 남친인 척! 한아와 로이(2)] “예…예?”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로이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로이는 처음 말하게 된 원숭이처럼 어벙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송에서 나오던 왕자님 같은 그윽한 목소리가 아니라, 몇백 년 동안 잠들어 있다 깨어난 원숭이처럼. 로이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한아를 흘끗 쳐다보았다. 한아는 로이를 슬쩍 보면서 눈을 깜빡...
[외전 둘, 남친인 척! 한아와 로이(1)] “와, 우연 씨 스키 정말 잘 탄다.” 인공 눈이 쌓인 드넓은 스키장을 쳐다보며 한아가 말했다. 한아는 테이블에 놓인 커피를 마시던 참이었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커피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씁쓸한 건지. 아무튼 한아는 반쯤 식은 커피를 몽땅 들이켜고서 테이블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우연 씨랑 지...
[외전 하나, 우연과 지수의 첫 데이트] 우연은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조금 있으면 봄이 찾아와서 그런 걸까? 내렸던 눈이 녹고 푸릇푸릇한 풀잎들이 돋아나는 봄이라서 그런 걸까? 창밖의 정경을 바라보며 우연은 생각했다. 세상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온통 핑크빛으로 보이는 것만 같다고. 나, 우연 씨랑 사귈래요. 좋아해요, 우연 씨. 우연은 지수와 사귀...
에필로그 지수는 병실 책상에 돈을 내려놓았다. 지수의 옆에는 우연이 서 있었다. 지수는 차가운 눈으로 병상에 누운 남자를 쳐다보았다. 꾀죄죄하고 늙은 남자. 지수의 돈에만 관심이 있는 남자를, 마지막으로 가만히 바라보았다. “…” 아버지는 돈 봉투만 쳐다보고 있었다. 지수에게도 우연에게도,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돈이 든 봉투만 빤히 쳐다보고 있...
마지막화 “아이고. 주말이라 차가 좀 막히네그려.” 지수의 작업실로 향하는 길. 택시 기사는 차창에 팔을 기대고 중얼거렸다. 주말 오후라 그런지 도로는 혼잡했다. 빵빵거리는 도로 속에서, 우연은 조수석에 앉아 손목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연이 탄 택시는 10분째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차들은 느릿느릿 기어가다시피 이동하고 있었다. 차선이 혼잡해 여기저기...
95 “보호자님, 보호자님!” 부르는 소리에 지수는 퍼뜩 눈을 떴다. 잠깐 책을 읽을 생각이었는데, 어느샌가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여전히 병실은 조용했고, 넓은 창으로 오후의 은은한 햇볕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다. 지수는 고개를 들어 옆에 선 사람을 쳐다보았다. 지수를 부른 사람은 다름 아닌, 담당 간호사. 지수는 무언가를 잊은 사람처럼 눈을 깜빡깜빡...
94 “지수 작가님의 수상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유리잔을 부딪치는 청명한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지수를 환호했다. 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맙다는 뜻으로 꾸벅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서 자리에 앉았다. 높은 천장에 샹들리에가 달린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웨이터는 음식을 나르고,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넓은 통유...
승혁은 국문과 과방을 나와 문학관 복도를 걸었다. 복도에 서 있던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승혁은 문제의 남학생을 찾았다. 혹여 복도 한구석에 있는 건 아닌지, 휴게실이나 강의실에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유심히 살펴보면서. 지수. 이름이 지수라고 했다. 지수는 승혁의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다. 얌전하고 조용하지만 어쩐지 눈에 띄는 아이. 다른 ...
93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전국 글쓰기 대회에서 상이 도착했어요. 대상, 지수.” 교탁 앞에서 선생님이 말했다. 부르는 소리에 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실 곳곳에서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수가 교탁 앞으로 걸어가자,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며 지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수가 정말 대단하네. 중고등학생 누나랑 형들도 못 타는 상을 척척 타...
지수는 레몬청을 맛있게 먹었다. 입안을 톡 쏘는 새큼한 맛 때문에 종종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맛있게 먹었다. “새콤하긴 해도, 힘이 나요. 꿀이랑 섞어서 그런가. 어떤 부분은 달콤하기도 하고.” 지수는 우연의 입에 조그맣게 썬 레몬을 넣어주며 말했다. 우연은 새콤달콤한 과일을 우물거리면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사진첩에 들어가 미미를 찍은 사진과 동영...
둘이서 병원 뜰을 천천히 걸었다. 가지만 앙상한 겨울나무를 바라보면서, 구름에 가려진 달을 올려다보면서. 차고 휑한 겨울바람이 뺨을 쓸었다. 우연과 지수는 돌길을 토닥토닥 걸었다. 말없이 걷다가, 지수가 우연을 불렀다. “우연 씨.” 우연은 부르는 소리에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우연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지수는 우연의 품에 폭 안겼다. 우연의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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