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여보세요? 한아야. 한아구나.] 아버지의 익숙한 중저음. 어릴 적 들었던 목소리와 달라진 게 없었다. 거실과 안방에서 엄마와 다투던, 한아와 엄마를 두고서, 한아가 모르는 여자와 떠났던 아빠였다. 그 목소리였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한아는 숨을 내쉬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냥 전화를 끊어 버릴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
56 어릴 적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선명한 추억이 종종 남아 있었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여러 기억 중에서 몇 개의 장면만 사진으로 인화한 것처럼.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기 전의 기억은 선명하리만치 아득했다. 세상일이 그렇듯이, 좋은 추억만 남는 건 아니었다. 한아에게도 힘들고 아팠던 기억이 무수히 많았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이른 저녁. 골목골목마다 밥 짓는...
55 그리하여, 대망의 1월 1일, 새해.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날 좋은 아침이었다. 하늘은 구름 없이 맑고, 싱그러운 풀들이 사르락거리며 바람을 타고 흔들거렸다. 한아의 카페에도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한아는 카운터 테이블 위에 조그만 쪽지를 올렸다. “자아. 모두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오늘까지 할 일 목록이니까, 잘 읽어보도록 해요.” 한아...
53 어느 아침. 한아는 새벽같이 일어나 장을 보던 중이었다. 마침 한아의 가게 근처에는 새벽부터 여는 대형 마트가 있었으므로, 한아는 종종 일찍 일어난 날에는 그 마트를 이용하곤 했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몇몇 점원 외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텅텅 빈 유제품 코너를 한 바퀴 빙 돌고서, 한아는 새빨간 소고기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하긴, 이런 주말 아침...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맛은 좋을 거예요.” 지수는 초콜릿이 담긴 작은 선물상자 몇 개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때 일이 마음에 걸려서, 죄송해서 산 거니까, 그냥 받아 주세요.” “안 주셔도 되는데… 감사히 받겠습니다, 작가님.” 서점 매니저는 휘둥그레진 얼굴로 초콜릿을 쳐다보다가, 지수에게서 초콜릿을 받아 들었다. 초록색 포장지로 ...
지수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아버지에게 시달린 걸로도 모자라서, 점원과 서점 매니저에게도 폐를 끼쳐버렸다. 가만가만 책을 고르던 서점 손님들에게도. 지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도저히 고개를 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몇 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지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버지가 밀쳐서 넘어졌던 점원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50 짧았던 점심시간이 끝나고, 우연과 직원들은 다시 사인회를 열 준비를 했다. 우연은 서점 매니저의 지시대로 테이블을 닦고,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빗자루로 쓸어 쓰레기통에 담았다. 그리고서, 먹을거리를 정리하고 남은 도시락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은 뒤에, 우연은 편의점으로 달려가 시원한 음료를 잔뜩 사서 이번에도 사람들에게 한 개씩 나눠주었다. [사인회...
우연은 지수의 말에 고개를 들어, 지수를 바라보았다. 지수는 여전히 바깥 풍경에, 새파랗고 추운 겨울의 아침에 눈을 고정한 채였다. “난, 늘 날 위해서 글을 썼으니까. 내가 숨 쉴 구멍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쓴 거니까요. 물론, 재밌기도 했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면 기쁘기도 했어요. 하지만, 모든 건 날 위해서였어요. 슬픔에서 벗...
마감되었습니다!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5/22) 안녕하세요. 하나입니다. 세 번째 이벤트가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뭘 드릴까 고민을 했는데요.. 혹시 부담스러워 하실까 걱정도 되고 어떤 방식으로 선물하는 게 좋을지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총 3분께 투썸 플레이스 기프티콘을 드립니다! 많이많이 참여해 주세요. 참여 방법 1. <하나...
허리를 꼭 껴안는 귀여운 손. 우연은 스르륵 뒤를 돌아보았다. 우연을 뒤에서 안은 사람은 다름 아닌, 지수였다. 지수는 해맑은 얼굴로 활짝 웃고 있었다. 점원은 깜짝 놀란 듯이 우연을 봤다. “어? 작가님과 아는 사이세요?” 하고 물어서, 우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옆에서 지수가 냉큼 말했다. “제 친구예요. 그리구, 오늘은 사인회 스태프로, 일을 도와주러...
우연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요?’도 아니고, ‘우리 같이 자지 않을래요?’라니. 우연은 아무 대답도 못 하고 멀뚱멀뚱 지수를 바라보았다. 어둑한 밤의 아파트 현관에서, 우연을 올려다보며 빙긋 웃는 지수. 지수는 우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우연의 손을 덥석 잡고서 현관 유리문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
48 [선택해. 나랑 죽을지, 아니면 나랑 살지.] “저 얼굴로 저런 대사를 하면 반칙이지.” 태블릿 PC에 눈을 고정한 한아가 불쑥 말했다. 지수와 우연도 한아의 말에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 속에는 분홍색 머리의 잘생긴 로이가 여자 주인공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로 그윽한 눈빛까지 지어 보이다니. 역시, 국민 남배우. 로이는 무척이나 잘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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