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함께한다면 어디든 좋아

[외전, 넷] 너랑 함께한다면 어디든 좋아 “형,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신혼부부 같지 않아?” 달걀과 우유 한 통, 크림소스와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독일어로 무어라 무어라 적혀 있는 초콜릿이 잔뜩 담긴 카트를 끌던 은성이 소곤거렸다. 나는 그의 옆에 바짝 붙어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오늘의 요리를 위해 더 필요한 재료가 있는지 꼼꼼히 살필 작정이었으...

하은성 팬카페의 비밀

:: 외전, 둘은 성인인증이 필요한 회차입니다 :: [외전, 셋] 하은성 팬카페의 비밀 생각보다 일이 커져 버렸다! 느낌표 뒤에 붙은 커서가 연신 깜빡였다. 노트북 화면을 빤히 들여다보던 민지는 턱을 괴고 깊이 생각에 잠겼다. 그의 무릎에는 크림색의 극세사 담요가 덮어져 있었고 넓은 방 안은 전자기기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외에는 모두 꺼져 어스름한 분위기가...

피트 이야기

[외전, 하나] 피트 이야기 “피트! 이쪽으로 와 봐!” 눈이 내리던 겨울의 어느 날 오전 여덟 시. 아침 식사로 준비된 그래놀라 시리얼과 프렌치토스트를 기막힌 속도로 먹어 치운 금발의 아이는 하얀색 패딩을 대충 걸쳐 입고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이층집의 잔디밭은 온통 하늘에서 내린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그 위에 조그만 발자국을 찍어가며 은성은 신이 난...

[Epilogue] 하루와 은성의 크리스마스이브 “자, 오늘도 특별 게스트가 등장할 예정인데요, 여러분! 궁금하시죠?” 넥타이가 없는 세미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 MC가 관객석을 향해 오른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를 내밀자, 객석에서 즐거운 목소리로 ‘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카메라가 깔깔대며 웃고 있는 고등학생 무리를 잠시 비추고 다시 무대 쪽으로 고정되었...

59 은성의 사랑을 느끼던 밤이 지나는 동안, 은성의 온몸을 사로잡고 있던 열 기운은 더디게 내려갔다. 어스름하게 침실을 비추는 태양이 살금살금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고, 은성은 내 몸을 들어 안고서 욕실로 향했다. 여느 때와 같이 우리는 함께 욕조 안에 들어가 따뜻한 물로 목욕을 했다. 이른 아침에 룸서비스로 주문한 한식을 함께 먹었다. 식혜를 식전에 ...

57 오늘의 음악회를 감상하러 온 이들 중에서는 그가 마지막으로 콘서트홀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일 것이다. 2층 홀 앞에 서 있던 하우스 어텐던트에게 티켓을 제시하자 종이 끝이 쪼르르 잘렸다. 방긋 웃는 얼굴로 현성을 바라보는 어텐던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현성은 문을 열고 콘서트홀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객석의 불은 모두 꺼져 있어 새까맣기만 했다....

55 퇴근 시간의 3호선은 그야말로 빽빽한 인간의 숲 같았으나 몸을 끼워 넣으면 마법처럼 몇 사람이든 열차 안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남부터미널 역에서 하차한 민지와 현성, 성아와 민우는 사람들 틈을 겨우 빠져나와 계단을 걸어 올라 지상으로 향했다.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던 그들은 드디어 바깥 공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세 명과 나란히 걷던 현성이 ...

음식 사진 하나 없이 온통 독일어로 적힌 메뉴판을 들여다보던 나는 은성의 소매를 꾹 눌러 잡았다. 나를 바라보는 은성의 얼굴에는 온화하고 다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내 뺨에 키스를 남기며 쪽쪽거리다가 은성은 나에게 하나하나 천천히 메뉴를 설명해 주었다. 파르메산 치즈를 뿌린 루콜라 샐러드, 바질 토마토 리소토, 연어와 루콜라를 토핑한 디아볼라 피자, 까르...

:: 36화는 성인인증이 필요한 회차입니다. :: 51 뮌헨, 오전 8시 30분. 독일 땅에서 처음 맞는 아침은 무척이나 따스했다. 커튼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거리의 불빛과 햇볕을 받으며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내 허리를 끌어안고 잠에 빠져 있는 금빛 머리칼을 가진 남성의 살갗에 손바닥을 대고, 그 감촉을 오래도록 간직하려는 듯 쓸어내렸다. 엉뚱하고 유쾌...